목록문화생활 Aro's Review/시 Poem (12)
서아롭게 평화로운
이불을 베고 베개를 덮었다 아무도 그리워하지 않기로 하고 그저 닮은 외로움을 배웠다 오늘밤은 누군가에게 속삭인다 그곳이 어디든 우리 만나자고 단칸방에서 나는 길을 잃고 길에는 내가 없는 것만 같다 기다리는 누군가는 누구인가 _나도윤, 시집 '위로의 폭언' 중에서 감상: 유난히 외로울 때 고이 접어둔 이불을 베고 누워 창밖을 바라본 적이 많습니다. 사람과의 관계가 지쳐 모두를 밀어내면 유달리 외로워진 나를 보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지 말자며 노력해보자며 애써도 그게 되지 않을때가 있죠. 그러면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착각이 일곤 합니다.
* 번역본 출처: '마음챙김' - 샤우나 샤피로 저 옳고 그름의 생각 너머 옳고 그름의 개념 너머에 들판이 있다. 그곳에서 너를 만날 것이다. 마음이 그 풀밭에 드러누울 때, 세상은 너무 꽉 차서 더 이상 말할 게 없다. 개념이니 언어니 심지어 서로라는 말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번역본 출처: 도서 '시를 읽는 오후' - 최영미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온다 - 월리엄 버틀러 예이츠 이파리는 많아도, 뿌리는 하나 내 젊음의 거짓된 나날 동안 햇빛 속에서 잎과 꽃들을 마구 흔들었지만 이제 나는 진실을 찾아 시들어가리. The Coming of Wisdom with Time - W.B. Yeats (1865–1939). Responsibilities and Other Poems. 1916. THOUGH leaves are many, the root is one; Through all the lying days of my youth I swayed my leaves and flowers in the sun; Now I may wither into the truth.
* 그 손이 이 손들이다 _ 마이클 로젠 * NHS (영국 공공의료서비스(NHS) 창립 60주년을 맞아 의료진에게 헌정된 시) * 시집 에서 발췌 그 손이 이 손들이다 마이클 로젠 맨 처음에 우리를 만지는 손이 이 손들이다. 당신 이마의 열을 재고 맥박을 세고 침상을 만들어 주는 손. 당신의 등을 두드려 주고 피부 반응을 살피고 팔을 잡아 주고 쓰레기통을 밀고 가고 전구를 갈고 수액량을 고정시키고 유리 물병의 물을 부어 주고 엉덩이를 바꿔 주는 손이 이 손들이다. 욕조에 물을 채워 주고 대걸레로 바닥을 닦고 스위치를 켜 주고 상처를 누그러뜨려 주고 탈지면을 소각시키고 따끔한 주사를 놓고 날카로운 기구들을 처리하고 검사 순서를 정해 주는 손. 소변줄 새는 걸 바로잡아 주고 침상 변기를 비워 주고 기도에 삽..
* 시집 짠 하고 싶은 날에, 글 이지은, 그림 이지영 그런 사이 이지은 급하게 가까워지고 그만큼 아무렇지 않게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되는 건 싫다. 굳이 당신이 나를 보살피지 않아도 내가 당신을 요란스레 챙겨대지 않아도 미지근한 거리감으로 불편함 없이 유지되는 관계. 그렇게 번지듯 스며들어 결국에야 소중해지는 은근하게 든든한 사이. * 위의 시는 우연히 마주한 시. 전자책으로도 내주었으면 좋겠다.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는지 갈수록 깊어지고 좁아지는 사람과의 관계 다 낯선 이들로만 가득한 순간에 기대하고 실망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나 그래서 공감되는 시.
* 번역본 굴하지 않으리 나를 감싸고 있는 밤은 온통 칠흑 같은 암흑 억누를 수 없는 내 영혼에 신들이 무엇을 하든 감사를 표한다 어쩔 수 없는 환경의 손아귀에 걸려들어도 나는 굴하거나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내리치는 위험 속에서도 머리는 피투성이였지만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분노와 눈물의 이 땅 너머엔 어둠의 공포만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세월의 오랜 위협에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문이 얼마나 좁은지 얼마나 많은 형벌을 감내해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고,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다. _윌리엄 어니스트 헨리 * 원문 Invictus Out of the night that covers me, Black as the Pit from pole to pole, I thank w..
*출처: 시집 작은 별이지만 빛나고 있어, 소윤 저 네가 살고 싶은 대로 소윤 나는 네가 인생을 마음대로 살면 좋겠다 사람들이 인정하는 인생이나 올바르다 정해진 길 따윈 없으니까 넌 사랑이 가득한 아이 사랑받아 마땅한 아이 자존감이 충만한 사람은 대부분 자기가 살고 싶은 대로 산다던데 어깨 쭉 펴고 당당해지길 너의 감정과 생각은 너만의 것이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완벽하고 빛나는 인생이니까 내일이 없는 것처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오늘을 보냈으면 남들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거침없이 너만의 미래를 그렸으면 온 마음 다해 네가 살고 싶은 대로 살면 좋겠다
슬픔의 우물 슬픔의 우물에 빠져 고요한 수면 밑 어두운 물속으로 내려가 숨조차 쉴 수 없는 곳까지 가 본 적 없는 사람은 결코 알지 못한다, 우리가 마시는 차고 깨끗한 비밀의 물이 어느 근원에서 오는지. 또한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무엇인가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던진 작고 둥근 동전들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나고 있는 것을 _데이비드 화이트 (역 류시화, 마음챙김의 시 중에서) 원문 The well of grief* Those who will not slip beneath the still surface on the well of grief, turning down through its black water to the place we cannot breathe, will never know the so..
눈풀꽃 내가 어떠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아는가. 절망이 무엇인지 안다면 당신은 분명 겨울의 의미를 이해할 것이다. 나 자신이 살아남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대지가 나를 내리 눌렀기에. 내가 다시 깨어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축축한 흙 속에서 내 몸이 다시 반응하는 걸 느끼리라고는. 그토록 긴 시간이 흐른 후 가장 이른 봄의 차가운 빛 속에서 다시 자신을 여는 법을 기억해 내면서. 나는 지금 두려운가.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험을 걸자.' _루이스 글릭(번역 류시화, 마음챙김의 시에서) 원문 Snowdrops Do you know what I was, how I lived? You know what despair is; then winter should ha..
별이 하나씩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을 생각할 때마다 별 하나씩 뜬다면. 빛나는 밤하늘 아래 맞은편 당신의 얼굴도 환하다. 은하수다. - 소윤, 중에서
사랑에 흠뻑빠진 적이 있다 비에 젖고 나면 더 이상 젖지 않는 것처럼 젖어가는 마음이라 더 이상 말릴 수 없는 것처럼 당신을 무척이나 좋아한 적이 있다 좋아하는 마음에는 정도가 없어서 더 이상 젖을 곳이 없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나는 어느새 바닷속이었다 - 소윤,
고요한 연못이 되라, 너의 얼굴이 빛과 경이로움을 반사하게 하라. 잠자리가 되라, 조용하지만 기쁨에 넘치는. 꽃봉오리가 되라,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나무가 되라, 쉴 그늘이 되어 주는. 나비가 되라, 지금 이 순간의 풍요를 받아들이는. 나방이 되라, 빛을 추구하는. 등불이 되라, 길 잃은 이들의 앞을 비추는. 오솔길이 되라, 한 사람의 갈 길을 열어 주는. 처마에 매달린 풍경이 되라, 바람이 너를 통과하게 하고 폭풍을 노래로 만들 수 있도록. 비가 되라, 씻어 내고 맑게 하고 용서하는. 풀이 되라, 밟혀도 다시 일어나는. 다리가 되라, 평화로운 마음으로 건너편에 이르는. 이끼가 되라, 너의 강함을 부드러움과 자비로움으로 누그러뜨리는. 흙이 되라, 결실을 맺는 정원사가 되라, 자신의 질서를 창조해 나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