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서아롭게 평화로운

[감상] 먼 곳이 있는 사람 - 손택수,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본문

문화생활 Aro's Review/책 Book

[감상] 먼 곳이 있는 사람 - 손택수,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호두과자(walnutsnack_) 2021. 11. 22. 13:30

* 손택수, <붉은빛은 여전합니까>

*20211008 윤서아 인스스 시 검은 혀 - 손택수,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20211109 생각한줄타래에 남겼던 시 

 

먼 곳이 있는 사람

손택수

 

걷는 사람은 먼 곳이 있는 사람

잃어버린 먼 곳을 다시 찾아낸 사람

걷는 것도 끊는 거니까

차를 끊고 돈을 끊고

이런저런 습관을 끊어보는 거니까

묵언도 단식도 없이 마침내

수행에 드는 사람

걷는 사람은 그리하여 길을 묻던 기억을 회복하는 사람

길을 찾는 핑계로 사람을 찾아가는 사람

모처럼 큰맘 먹고 찾아가던 경포호가

언제든 갈 수 있는 집 근처

호수공원이 되어버렸을 때를 무던히

가슴 아파 하는 사람

올림픽 덕분에 케이티엑스 덕분에

더 멀어지고 만 동해를 그리워하는 사람

강릉에서 올라온 벗과 통음을 하며

밤을 새우던 일도 옛일이 돼버리고 말았으니

올라오면 내려가기 바쁜

자꾸만 연락 두절이 되어가는

영 너머 먼 데를 잃고 더 쓸쓸해져버린 사람

나는 가야겠네 걷는 사람으로

먼 곳을 먼 곳으로 있게 하는 사람에게로

먼 곳이 있어 아득해진 사람에게로

 

 

* 감상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에 저는 지나온 길을 가장 먼저 떠올렸습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사는 집도 떠올랐습니다. 하루하루 끊임없이 한 걸음 내딛다 뒤를 보니 멀어진 집이, 다시 돌아가면 이제는 반가운 손님이 될 뿐인 그 곳이요. 감상에 젖어 이 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천천히 다시 읽어보는데 머리로 들어오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막히는 부분을 동생에게 물어보니 걷는 사람은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라 도와주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이 시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스치듯 만났던 사람들이 그리워서 기회가 되어 만났으나 더는 그때의 사이가 아님을 깨달았던 날

한참을 잊고 살다가 떠올라서 연락을 했으나 말끝의 향기가 더는 함께 어우러질 수 없음을 알려 주었던 날

추억을 그저 한 때의 기억으로만 남기는게 나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던, 그리고 언제 만나든 한결 같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배웠던 날

상처났는지도 흉이 났는지도 모르고 살다 마침내 알게 되어 삼키지 못한 울음을 먹구름이 쏟아내는 비에 씻어내며 감사하던 날

잠시 머물 공간에 제 몸 뉘인 채, 창 밖에서 빛을 내는 달과 별을 손끝으로 이어 치유하던 날

그 공간에서 오늘을 이겨내다 버텨내다 하는 나날

 

과거의 나에게 얽매이기 싫어서 헐벗은 스스로를 세상에 내던졌던 자신을 추억합니다.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세월과 일상, 여유와 넉살로 빛난손택수가 터득한 시적 경지한 시인의 시세계를 한마디로 규정하기도 힘들겠지만, 시집을 펴낼 때마다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독자의 즐거움은 만만치 않을

book.naver.com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