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롭게 평화로운
[감상] 생각 한 줄 타래_2021.11.09,10 본문
* 생각 한 줄 타래는 윤서아 배우가 추천 혹은 언급한 책과 영화, 음악, 드라마 등에 대한 스쳐 지나가는 짤막한 감상과 생각을 적는 글입니다.
* 불규칙적이겠으나 자주 작성할 예정입니다.
📍 2021년 11월 9일 화요일
- 박준 시인의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를 완독했습니다. 차분하다가도 중간중간 눈물이 올라올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 특히, 시 <종암동>에서 먹먹하니 머물렀습니다. 신경숙 작가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떠올랐습니다. 먹구름이 결국 물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습니다.
- 그럴 때가 있습니다. 감정은 치밀어 오르지만 누군가와도 공유하기 어려운 상태. 나를 모르거나, 너무 격하거나. 이럴 때는 글귀에 의지하기가 참 좋습니다. 인형은 제 방식이 아니니 여분의 베개를 끌어안고 글을 읽습니다. 시를 읽을수록 막혀있던 점성 높은 감정이 덩어리로 흘러나옵니다. 뚝뚝, 액체로 흘러나오는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나 궁금합니다.
📍 2021년 11월 10일 수요일
- 손택수 시인의 붉은빛은 여전합니까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 시 <있는 그대로, 라는 말>의 여섯 번째 행, 나이테를 있는 그대로 보는 것만은 못하더라 가 어쩐지 가슴에 꽂혔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을 재단하려 하고 판단하려 하는 제 자신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다 한참을 잘못된 길로 빠질 뻔 하다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는 지금의 제가 보입니다.
- 시 <먼 곳이 있는 사람>, 추억이나 과거에 바라던 것을 먼 곳이라 표현 하는 걸까요? 저는 바라는 것을 위해 먼 길을 떠나왔습니다. 가까웠던 것이 참으로 멀어졌군요. 다시 돌아갈 때마다 저는 그저 낯선 고향 사람일 뿐일테지요. 반가운 손님 같은.
- 반가운 손님이 되어도 좋으니, 부디 맞이해주시길. 당신도, 또 당신도. 추억을 남긴다면 어디든 제 마음의 고향으로 삼을 수 있다고 자부하지만, 추억만 남은 고향은 되돌아가 보았자 빈 껍데기 뿐이니까요. 진정 꽉 찬 고향이 되려면 당신이 있어야 합니다.
- 시를 읽으면서 감정이 풍요로워졌습니다. 다만 모르던 것까지 꺼내보니 감각이 혼란합니다. 외롭던 것은 더이상 외롭지 않아졌고 외롭지 않던 것이 외로워져서 늘 말라있던 눈이 며칠 내내 촉촉합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요.
- 다정한 말 한 마디는 제 눈을 식혀줍니다.
- 예전에 시를 모르는 이들에게 알려주는 책에서 본 유일하게 공감했던 시가 떠올랐습니다. 옮겨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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