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나의 플래시 속으로 들어온 개 - 기형도

* 독서모임때 썼던 감상 (아로 온라인 독서모임 링크모음)

* 시 '나의 플래시 속으로 들어온 개' - 기형도 

 

그날

너무 캄캄한 길모퉁이를 돌아서다가

익숙한 장애물을 찾고 있던

나의 감각이, 딱딱한 소스라침 속에서

최초로 만난 사상, 불현듯

그날, 나의 플래시 속으로 갑자기, 흰

 

* 분석

너무 캄캄한 길모퉁이 = 고독하고 어려웠던 어린 시절

익숙한 장애물 = 가난, 궁핍, 고독

딱딱한 소스라침 속에서 최초로 만난 사상 = 군부정권의 독재와 압박

플래시 = 기자의 카메라에서 터지는 플래시

플래시 속으로 들어온 개 = 언론 장악

 

시제목과 마지막 구절을 합치면 아래와 같은 문장이 된다.

'그날, 나의 플래시 속으로 갑자기 들어온 흰 개'

 

 

독서모임을 하던 중 한 아로님이 기형도 시인이 대학시절 썼던 소설 <노마네 마을의 개>를 소개해주었습니다. 기형도 시인이 한참 대학을 다니던 시절은 군부독재정권에 대항하는 대학생들이 조직적으로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던 때였습니다. 이때 시인은 군부정권을 풍자하는 소설을 집필하였고, 그 내용에도 '흰빛의 개'가 나옵니다.시인이 대학에 다니고 졸업하고 일을 하던 80년대에는 민주화를 위한 피와 땀이 땅을 적시던 시기였으며 언론과 정부의 유착이 말도 못하게 심하던 시기였습니다. 

 

 

 

찢어질듯이 가난했고 그로 인해 겪은 고통과 고독, 상실에서 벗어나고자 도시로 떠난 그는 여전히 혼자였습니다. 대학을 나오고 먹고 살기 위해 언론인이 된 그는 이내 당시 군부정권의 언론통제를 마주하게 되죠. 시인이 언론인으로서 밝혀야 할 끔찍한 현실들을 흰 개(군부)가 가로막았음을 드러내는 시라고 생각합니다.

 

* 감상

이 시와 함께 '대학시절'을 읽으며 당시에 군부정권의 탄압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미루어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로도 우리는 많이 접하고 있지만, 또 한 개인의 삶을 시를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네요. 취재를 하는 중에 마주한 탄압과 입막음을 마주 했을 때의 두려움은 쉽게 상상할 수가 없어요. 지금의 민주주의 대한민국의 기반을 만들어준 기형도 시인 세대의 모든 이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