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롭게 평화로운
[감상] 소설 긴긴밤, 루리 본문
*스포일러 주의
*zipping 인터뷰에서 언급한 소설
*윤서아 공식팬카페 서아의 사서함에서 소설 <긴긴밤>으로 독서모임을 가졌었습니다
'나로서 살아가는게 무엇인가'를 단순하지만 명확하게 나타낸 책
-배우 윤서아, Zipping 인터뷰 중에서
종이책 기준 144페이지로 부담스럽지 않은 두께의 소설 긴긴밤은 전자책과 종이책 둘 다 있고요. 저는 전자책으로 구입하여 읽었습니다. 삽화도 있으니 종이책으로 읽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소설 긴긴밤을 완독하는데 약 2시간정도 걸렸고, 깊은 여운에 잠시간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들었어요. 윤서아 배우의 추천으로 보게 된 책이라 언급한대로 '나로서 살아가는게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보기도 하고 그냥 온전히 저만의 관점으로만 읽기도 해보았어요.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표지 일러스트를 보시는대로 코뿔소, 펭귄. 동물들이 등장인물로 나옵니다. 등장동물이라 해야 알맞을 것 같아요. 제 생각부터 말하자면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으로 희생되고 멸종으로 내몰리는 동물들을 그려냈고 또 그런 동물들로부터 시작된 상상력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척박한 환경에서도 사랑을 하고 함께 더불어가야 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았다고 느껴졌어요.
저는 이 소설에 대한 감상을 크게 내용에 대한 감상, 인상 깊었던 부분, 동물보호 세 파트로 작성하려고 해요.
1. 내용
요약:
이 책의 파트를 크게 세 개로 보는데요. 만남과 이별이 반복하는 노든의 외로운 삶, 서로 어딘가 결여되있지만 오직 서로뿐인 코뿔소와 펭귄들, 의지하며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다음으로 내딛을 힘을 주고 받는 노든과 어린펭귄이라 보았어요.
혼자로 태어나 가족과 같은 코끼리들과 어우러져서 지낸 이름 없던 코뿔소는 희망을 품고 바깥으로 나가 처음으로 자기와 같은 종의 암컷 코뿔소를 만나 가정을 꾸려요. 아무래도 코끼리들과 지내다 보니 코뿔소로서 살아가는 방법을 모르는 수컷 코뿔소를 그저 특이하다며 함께 하며 하나하나 알려주고 보듬어주는 암컷 코뿔소 그리고 이내 태어난 아가 코뿔소까지. 행복으로 가득한 삶은 밀렵꾼에 의해 송두리째 사라져요. 눈앞에서 가족이 죽고 홀로 구조되어 살아남은 수컷 코뿔소는 '노든'이라는 이름으로 동물원에서 지내죠. 그곳에서 자신과 같은 종인 앙가부를 만나는데요. 이 앙가부도 코뿔소의 뿔을 노리고 침입한 밀렵꾼에 의해 죽임을 당합니다. 결국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코뿔소, 노든'이 되죠.
인간 사이의 전쟁으로 대표적인 동물보호라 여겨지는 동물원의 장벽이 부서지며 노든과 한쪽 눈이 안 보이는 펭귄 치쿠와 버려진 알 하나가 함께 무너진 장벽 너머로 나아가요. 아무것도 모른 채 앞만 보며 걸어가던 둘은 하나의 목표를 가져요. 알을 지켜내어 부화시키는 것. 그러나 혹독한 환경에 의해 치쿠는 죽고 노든만 다시 남아요. 치쿠의 의지와 마음을 이어 받아 노든은 그 알을 어떻게서든 지켜냈고 이윽고 이름 없는 어린 펭귄이 태어나요.
인간에게 복수를 하고 죽고 싶은 노든은 치쿠의 염원으로 그리고 이내 어린 펭귄으로 다시 걸음을 이어나가고, 여리디 여린 어린 펭귄은 노든에게 의지하고 배우며 바다를 향해요. 그 길에 둘은 교감하며 추억을 쌓아요. 자기도 이름을 가지고 싶다는 어린 펭귄에게 이름이 없는 것이 낫다며 너는 그 자체로 너라고, 언제든 알아챌 것이라는 노든의 말은 깊은 울림을 남겨요. 그리고 바다를 향하던 길에 만난 거대한 호수에서 어린 펭귄은 노든 덕에 막연하고 무서웠던 수영을 터득하게 돼요. 다시 또 떠나는 길 위에 서로가 서로 덕분에 살지만 결국 이내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을 인지하게 됩니다. 그 과정은 차갑지 않아요. 아픈 노든은 동물보호단체에게로, 어린 펭귄은 마주한 절벽을 부리로 온몸으로 올라 그토록 바라던 바다를 마주해요.
많은 내용이 생략이 되었으니 꼭 책으로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전체적인 감상:
인생은 막연한 생각 속에선 직선이지만 사실은 절벽과 바다와 늪과 온갖 험난한 것들이 도사리고 있는 굴곡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의 끝은 결국 죽음으로 달려간다고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찾고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요. 상처 받고 절망에 빠져도 누군가는 나에게 관심을 가지고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볼 것이고 또 지나가는 이에게 무관심이 아닌 아주 작은 관심으로 다가가도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내용처럼 느껴졌어요. 또한 힘겨운 상황에 놓이고 주변에 아무도 없고 고독할 때도 걸음을 내딛다보면 목표가 생기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사람도 만난다고요. 노든, 앙가부, 웜보, 치쿠, 어린 펭귄. 그들 전부 오늘을 살았기에 서로를 만났고 그 끝이 비록 슬픈 이별로 마무리가 되었더라도 또다시 만나는 새로운 사람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악착같이 살라는 교훈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2. 인상 깊었던 부분
“훌륭한 코끼리는 후회를 많이 하지. 덕분에 다음 날은 전보다 더 나은 코끼리가 될 수 있는 거야. 나도 예전 일들을 수없이 돌이켜 보고는 해. 그러면 후회스러운 일들이 떠오르지. 하지만 말이야, 내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것들도 있어. 그때 바깥세상으로 나온 것도 후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일들 중 하나야.”
많은 사람은 후회하기를 두려워 하는 것 같아요. 후회하다는 감정의 시작은 실패, 실수에서 비롯되니까 고통스러워서 겪고 싶지 않아하죠. 그렇게 두려움에 사로잡히면 현실에서 시선을 돌리고 나를 외면하게 되어서 변화가 없는 삶에 안주하게 돼요. ‘안주하다.’ 그래서 안정을 추구해요. 안정을 위해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요.
그렇지만 단순히 자리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힘들죠. 안정을 주는 현실이 변하지 않기를 갈구하며 기다리기만 하는 것조차 기력을 소모하더라고요. 결국 탈진해 뻗었을 때 지난 일을 되돌아보고 더 뼈저리게 후회하는 사람들을 만나요. 그 시간이 너무 소중했다는 걸 깨달아서 아깝다고 하더라구요.
그 중에는 당장 주변을 바꿀 수는 없지만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서 제자리에서 일어나 뛰쳐나간 사람도 있어요. 그때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이 그립지 않느냐 묻는다면 아니라 할 수 없는 건 맞지만 지금 그때보다 더 나아진 스스로를 생각하면 후회하지 않는다고요.
‘함께'라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았다.
소설에서 시작부터 ‘함께’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의지하며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 하다가 처음으로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아픈 기대를 직접적으로 말하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코끼리에게 의지하던 노든은 새로운 세상을 향해 그들을 떠났고, 함께 행복했으나 잃어버린 가족, 상실로 잠을 못 이루는 노든을 위로해주던 앙가부의 죽음, 한 쪽 눈이 보이지 않는 치쿠를 지탱해주던 웜보의 죽음과 눈인사, 동물원에서 살아나 알을 부화시켜야 한다며 제멋대로 구는 치쿠와 그런 치쿠 덕분에 오늘을 걷던 노든. 치쿠는 알을 지켜야 한다는 일념으로 악조건에서 견뎌냈고, 끝에 태어난 이름없는 펭귄. 코뿔소에게 자라난 펭귄과 치쿠와의 약속을 그리고 어린 펭귄을 위해 달린 노든. 이별이라는 끝을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함께한 시간으로 이어진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걸 의미한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물속에서 느낀 것을 노든에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 그리고 노든과 내가 다르다는 것이 너무 서운했다.
… 중략 ...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사랑하는 것을 함께 공감해주고 알아주는 행복만큼 큰 건 없는 것 같아요. 작은 말 한 마디에서 내 마음을 알아준다면? 그 자체로도 편안하고 포근하죠. 전혀 다른 사고흐름과 감각으로 때로는 동상이몽을 꿀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아낄 수 있다는 건 정말 드문 일이니까요.
3. 동물보호, 환경보호
1) 코뿔소
흰남부코뿔소의 마지막 개체가 되는 노든은 현실에서 실제로 아프리카 북부흰코뿔소의 사실상 멸종 판정이 나기 직전의 상황이 떠오르게 하더라고요. 코뿔소의 뿔이 높은 값어치 때문에 밀렵꾼들이 뿔을 깊숙이 도려내어 코뿔소는 버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코뿔소는 과다출혈에 의해 죽고요. 그리고 북부흰코뿔소의 서식지가 내전으로 유명한 지역에 있다보니 보호도 거의 안 되어서 17년도에 유일한 수컷이 죽어서 과학자들이 남은 암컷 둘(그 수컷 코뿔소의 아내와 자식)과 보존해둔 수컷의 유전자로 복원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고 해요. 그와중에 한 마리는 노령으로 불가판정이 되었죠.
2) 코끼리
오랜기간 인간과 함께 해온 동물 중 하나 코끼리는 전쟁의 수단이 되었다가 이제는 관광의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어요. 태국 등 코끼리를 관광자원으로 쓰는 곳에서는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서 쇠꼬챙이로 찌르고 괴롭혀 말을 듣게 한다고 해요. 실제로 코끼리 고아원에서 언급되는 일이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죠. 또 코뿔소처럼 코끼리의 상아 또한 귀한 사치품으로 밀렵의 대상이 된다고 해요. 동물보호단체는 이런 코끼리의 상아를 제거하여 코끼리를 보호하려 하고 있고, 이 여파인지 상아가 없이 태어나는 코끼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코뿔소도 같아요)
3) 전쟁이 미치는 영향
동물원에 떨어진 포탄. 전쟁에서 인간은 위기를 알고 도망치지만 방치되어 그 자리에서 살 수 밖에 없는 동물들은 그대로 전쟁의 여파에 휩쓸리고 말아요. 베트남전에 사용되었던 고엽제 같은 제초제나 화학무기 또한 동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죠.
4) 동물을 보호하려고 애쓰는 사람들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에 동물을 보호하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있어요. 노든을 살리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처럼 코뿔소와 코끼리를 살리기 위해 밀렵꾼으로부터 보호하려 애쓰는 사람들, 긴 가뭄에 목마른 동물들을 위해 사비로 물을 사서 갈증을 해소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마다 사람들은 아무리 척박하고 힘든 상황에도 희망은 있다는 걸 알고 노력하려고 해요.
+ 독서모임에서 알게 된 노래 <긴긴밤>
소설 긴긴밤에 감명 받아 작곡한 곡이라고 합니다! 소설을 보고 난 후에 들어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문화생활 Aro's Review > 책 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상] 나의 플래시 속으로 들어온 개 - 기형도 (0) | 2022.01.26 |
---|---|
[감상] 안과 밖, 박준 (0) | 2021.12.27 |
[감상] 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0) | 2021.11.29 |
[감상] 먼 곳이 있는 사람 - 손택수, <붉은빛이 여전합니까> (0) | 2021.11.22 |
[감상] 시 84p_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 (0) | 2021.1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