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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Aro's Review/영상물 Film&Drama

[감상] 윤서아 배우가 추천한 영화 '노매드랜드' 감상

호두과자(walnutsnack_) 2021. 9. 28. 20:15

 

(좌) 8월 11일 밤 - 8월 12일 새벽까지 이어졌던 윤서아 인스타 무물 중 영화 추천 부분 (우) 너튜브 결제한 노매드랜드 스크린샷

윤서아 배우 인스타 바로가기

 

아름다운 풍경, 잔잔한 연출에 폭풍우 같은 내용을 보여준 영화 '노매드랜드'. 윤서아 배우가 8월 11일 수요일이 끝나갈 무렵에 열었던 인스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팬들에게 추천한 영화예요. 주변에서 노매드랜드 언급을 많이 해주어서 알고 있었는데요. 저는 윤서아 배우가 추천해주었기에 본 거였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재생을 눌렀다가 그대로 영화에 빨려 들어 가버렸죠. 10초 당기기 누르는 게 습관인데 도리어 다시 보기를 누르고 벌써 세 번째 보는 중입니다. 이 글 다 쓰고 나면 멈춘 곳부터 이어서 보려고요.

 

이제 제멋대로 감상 시작합니다! 특별한 양식 없이 처음으로 영화 감상을 써보는 거라 미숙한 부분이 있을 거에요. 부디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스포일러 주의 ※


 

[유튜브] 영화 '노매드랜드' OST 모음

 

집이란 무엇일까요? 우리가 지내는 집은 무엇인가요. 노매드랜드는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고정된 집이 아닌 개조된 밴이나 캠핑카에서 지내며 떠돌아다니는 이들 '노매드'의 삶을 그렸습니다. 제각기 다른 이유와 목적을 가진 채 자신들만의 경로를 따라 움직이죠. 계절을 따라갈 때도 있고 적당한 일과 자신에게 맞는 환경에 맞게 떠돌아다녀요. 대체로 혼자고요, 함께 하는 동료는 애완동물일 가능성이 크죠. 이들은 어디를 가든 이방인이에요.

 

실제로 주인공 펀 같은 노매드를 본 적 있었거든요. 잠시 머무르는 지역의 일을 하고, 그 일이 끝나면 떠나는 사람들을요. 술집에서 병맥주로 건배하고 한쪽에 마련된 당구를 치고 지역주민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다가 새로운 맥주를 주문하고 또 주문해서 얼굴이 붉게 물들 때쯤 차마 말하지 못했던 외로움을 털어내요. 함께 여행할 사람을 필요로 하지만, 결국 시기가 되면 홀로 떠나요. 영화처럼 작별 인사를 하고 언젠가를 기약하고요.

 

배웅하던 날, 떠나던 그 빨간 차의 뒷모습이 술집에서 보았던 찰나의 쓸쓸함을 품은 것처럼 보였죠. 이후로 또 보리란 건 제법 어려운 일이란 걸 알아서 또 보자는 문자를 쓰고 전송 버튼을 누르는 것까지 꽤 망설였어요. 그래도 간간이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서 또다시 만나 맥주 한 잔에 추억 한 모금을 즐길 날이 오겠죠.

 

여전히 애완견과 함께 떠도는 그 사람과 연락을 하고 나면, 그에게 물어봤던 게 생각납니다. '정착할 생각이 없는 건가요?'라고요. 복잡한 감정을 참아내듯 굳게 닫혀있던 입은 이윽고 '난 지금의 삶도 만족스러워'라 했죠.

 

'No, I'm not homeless. I'm just houseless'

영화가 시작하고 주인공 펀은 어떤 가게에서 혼자 쇼핑을 즐기다가 한 때 가르쳤던 아이를 만납니다. 그 아이는 '홈리스 라면서요, 맞나요?'라고 묻죠. 그에 대한 펀의 답은 단호한 표정과 목소리는 우리를 닮았습니다. 각자의 출발 선상에서 나름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때로는 지금 우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과 타인이 가지고 있는 것을 비교하게 되죠. 사람들이 살아가는 흔한 방식과 다르면 그들이 들이미는 잣대를 아무렇지 않게 밀어내기도 하고 혹은 흔들리기도 합니다. 걱정과 관심은 호수에 던져진 돌처럼 파문을 만들어 내요. 한 번 일어난 파문은 참 길게도 이어져서 곱씹게 되기도 하죠. 비슷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털어내거나 이미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서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도 있고요. 

 

그 아픔은 털어낼 수 있지만, 내일에 대한 걱정은 불현듯 찾아옵니다. 외로움도요. 삐익 삐익 알림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리고 연신 기계가 돌아가는 소음. 쉬는 법을 모르는 소리들은 그 마음을 달래 줄 수 없어요. 따뜻한 커피 한 잔, 어쩌다 마음 맞는 사람과 나누는 담소와 웃음은 쉼표가 되어줄 수 있죠. 혹은 아름다운 경치가 대신할 수도 있고요.

 

 

만남과 헤어짐은 반복 돼요. 주인공 펀처럼 우리도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시간을 공유하고 각자의 길을 따라 떠나요. 먼저 떠날 때도 있고 떠나가는 이를 배웅하기도 하죠. 실제로 몸에 난 상처에 반응하는 뇌의 부위가 사람이 사회적으로 단절되는 순간에도 반응한다고 해요. 그래서 헤어짐을 맞이 할 때 쓰라림을 느끼죠. 떠나는 순간이든 보내는 순간이든 아픔은 삽시간에 찾아와 가슴을 먹먹하게 해요. 함께 하는 순간은 추억이란 단어 위에 다양한 색채로 그려지고 일부는 마음에 영원히 남고 또 일부는 마음속에 남아있다 빛이 바래지고 잊혀요. 다시 만나 빛바랜 추억을 덧칠하기도 하고요.

 

펀은 길 위에서 만난 이들과 교류를 하고 응원을 하죠. 펀 또한 가지고 있던 아픔을 털어내고 위로받고. 목적지가 달라 거리가 멀어져도 이어져 있음을 느낍니다. 언제가 되었건 재회한다는 걸 알고 다시 길을 떠나요. 

 

영화가 끝나고  올라가는 크레딧을 보며 다시금 깨달았어요. 노매드의 삶은 형태만 다를 뿐 결국 우리와 같다는 걸요.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는 걸요,

멀리 있어도 언제 만날지 몰라도 함께한 순간에 영원한 온기가 태어남을.

우리의 영혼에 아로새겨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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